마가복음 14장 66-72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이야기 가운데 가장 가슴 아픈 장면 중 하나인 베드로의 세 번 부인 사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제사장의 집 뜰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예수께서 재판받으시는 동안, 그분의 가장 가까운 제자 중 한 사람이었던 베드로가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는 재판정 안에서 불법적인 심문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담대히 밝히시는 예수의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동시에 예수께서 이미 예고하셨던 말씀(막 14:30)의 성취이기도 합니다. 이 사건은 사람의 연약함, 인간적 실패의 가능성, 그리고 회개를 통한 회복의 소망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어 시대를 초월하여 깊은 울림과 교훈을 줍니다.
핵심 내용
마가복음 14장 66-72절은 베드로와 같이 헌신된 제자조차도 극심한 압박 속에서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연약함과 자기 확신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특히 겟세마네에서의 기도 실패와 뜰에서의 부인 사이의 연관성은 시험을 이기는 데 있어 영적 준비의 중요성을 부각시킵니다. 그러나 닭 우는 소리와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터뜨린 베드로의 통곡은, 하나님의 예지(豫知)와 은혜 안에서 회개와 회복이 가능하다는 강력한 증거가 되며, 오늘날 자신의 실패와 연약함에 직면한 신앙인들에게 깊은 성찰과 소망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1. 예수님의 재판 (마가복음 14:53-65)
베드로의 부인 사건은 예수께서 체포되신 후 대제사장의 집에서 산헤드린 공회 앞에 서신 긴박한 상황 속에서 발생합니다. 마가는 불법적인 야간 재판의 혼란스러운 분위기, 거짓 증인들의 엇갈리는 증언, 그리고 침묵하시던 예수께서 마침내 "내가 그니라"(14:62)라고 자신의 메시아적 정체성을 확증하시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이 선언은 신성모독으로 간주되어 사형 판결의 근거가 됩니다. 바로 이 격렬한 심문이 벌어지는 동안, 베드로는 그 집의 '아랫뜰'에서 불을 쬐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는 예수께서 겪으시는 고난의 중심부와 베드로가 직면한 시험의 장소가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같은 적대적 환경 안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2. 베드로의 장담과 예수님의 예언 (마가복음 14:27-31)
이 사건의 비극성을 더하는 것은 바로 직전에 있었던 베드로의 자신만만한 고백입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이 모두 흩어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을 때, 베드로는 "다 버릴지라도 나는 그리하지 않겠나이다"(14:29)라고 단언했으며, 심지어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14:31)라고 맹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러한 베드로의 호언장담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충격적인 예언으로 응답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이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14:30).
베드로의 절대적인 자신감과 예수님의 정확하고도 믿기 어려운 예언(일상적인 닭 울음소리, 두 번과 세 번이라는 구체적인 횟수 포함) 사이의 극명한 대조는 극적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이는 베드로의 자기 평가가 얼마나 피상적이었는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의 결의와 달리 모든 것을 꿰뚫어 보시는 예수님의 신적 통찰력을 강조합니다. 이 예언적 배경은 베드로의 실제 부인 사건을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들며, 인간의 자기 확신보다 예수님의 말씀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지를 역설합니다.
3. 겟세마네에서의 실패: 기도(마가복음 14:32-42)
베드로의 실패는 뜰에서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그 뿌리는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영적 실패와 연결됩니다. 예수께서는 십자가를 앞두고 극심한 고뇌 속에서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셨지만, 베드로를 포함한 제자들은 예수님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거듭 잠에 빠졌습니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14:38)라고 분명히 경고하셨습니다. 여기서 '시험'(πειρασμός)은 곧 베드로가 뜰에서 직면하게 될 바로 그 상황, 즉 예수님과의 관계를 부인하도록 유혹받는 상황을 예고합니다.
예수께서는 이 시험을 이길 방법으로 '깨어 기도하는 것'을 제시하셨지만, 베드로는 육신의 피곤함(혹은 누가복음의 기록처럼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영적 준비에 실패했습니다. 따라서 베드로의 부인은 단순한 인간적 나약함의 발현일뿐 아니라, 예수께서 제시하신 영적 대비책, 즉 기도를 소홀히 한 필연적인 결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영적 싸움에서 기도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마가복음 14장 66-72절 주해 (절별 분석)
66절: 아랫뜰에 있는 베드로
"베드로는 아랫뜰에 있더니 대제사장의 여종 하나가 와서"
사건은 대제사장의 집 '아랫뜰'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은 개방된 안뜰로, 예수께서 심문받으시는 장소와는 구분되지만 여전히 적대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입니다. 베드로는 앞서 예수님을 '멀찍이 따라'(14:54) 이곳까지 왔으며, 이제는 하인들 무리에 섞여 불을 쬐며 몸을 숨기려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대제사장의 여종' 하나가 등장합니다. 사회적으로 낮은 신분의 이 여종이 베드로를 시험에 빠뜨리는 첫 번째 인물이 됩니다. 베드로가 익명의 상태로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려던 시도는 즉시 실패로 돌아갑니다. 위험은 예상했던 권력자들이 아닌, 뜻밖의 인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는 영적인 시험이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준비되지 않은 순간에 찾아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67절: 첫 번째 고발
"베드로가 불 쬐고 있는 것을 보고 주목하여 이르되 너도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었도다 하거늘"
여종은 불을 쬐고 있는 베드로를 알아보고 '주목하여', 즉 유심히 살펴본 후 고발합니다. 고발의 내용은 "너도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었도다"입니다. 이는 베드로가 예수님의 그룹에 속했다는, 즉 예수님과의 '관계'를 지적하는 말입니다. '나사렛'이라는 표현은 당시 경멸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었습니다.
68절: 첫 번째 부인과 회피
"베드로가 부인하여 이르되 나는 네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겠노라 하며 앞뜰로 나갈새"
베드로는 즉시 '부인합니다'. 그는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겠노라"는 말로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척하며 혐의를 회피하려 합니다. 이는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두려움 속에서 상황을 모면하려는 시도입니다. 동시에 그는 그 자리를 떠나 '앞뜰', 즉 대문이나 현관 쪽으로 이동하여 물리적으로도 시험의 장소를 벗어나려 합니다. (일부 중요한 사본들은 이때 첫 번째 닭이 울었다고 기록하는데, 이는 예수님의 "두 번 울기 전에"라는 예언과 일치합니다.) 베드로의 첫 반응은 언어적 회피와 물리적 도피의 결합으로 나타나며, 이는 그의 이전 호언장담과는 달리 즉각적인 두려움이 그를 지배했음을 보여줍니다.
69절: 두 번째 고발
"여종이 그를 보고 곁에 서 있는 자들에게 다시 이르되 이 사람은 그 도당이라 하되"
끈질긴 여종은 앞뜰로 나간 베드로를 다시 발견하고, 이번에는 '곁에 서 있는 자들'에게, 즉 더 넓은 청중을 향해 고발합니다. 고발 내용은 더욱 직접적이 되어 "이 사람은 그 도당" 즉, 예수님의 무리 중 하나라고 지목합니다.
70a절: 두 번째 부인
"또 부인하더라"
베드로는 '다시 부인합니다'. 마가는 구체적인 말을 기록하지 않고 부인 행위 자체의 반복을 강조합니다.
70b절: 세 번째 고발
"조금 후에 곁에 서 있는 사람들이 다시 베드로에게 말하되 너도 갈릴리 사람이니 참으로 그 도당이니라"
잠시 후, 이번에는 '곁에 서 있던 사람들'이 여종의 말을 확증하며 베드로를 압박합니다. 그들은 베드로가 '갈릴리 사람'이라는 사실을 근거로 제시합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은 그의 말투가 그를 드러냈다고 더 구체적으로 언급합니다. 예수님의 핵심 제자 그룹이 갈릴리 출신이었으므로, 그의 출신 배경은 그가 예수님의 무리라는 강력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고발은 이제 "참으로"라는 확신에 찬 어조로 제기됩니다.
71절: 세 번째 부인 - 저주와 맹세
"그러나 베드로가 저주하며 맹세하되 나는 너희가 말하는 이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 하니"
세 번째 부인에서 베드로의 반응은 극적으로 격앙됩니다. 그는 '저주하며', '맹세하기' 시작합니다. '저주'는 아마도 자신이 거짓말을 한다면 스스로에게 저주가 임하기를 비는 행위였을 것이며, '맹세'는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자신의 말을 확증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당시 문화에서 가장 강력한 자기주장의 표현이었습니다. 부인의 내용 역시 "나는 너희가 말하는 이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로, 예수님을 경멸적으로 '이 사람'이라 칭하며 완전한 관계 단절을 선언합니다.
첫 번째 부인이 회피적 무지에 가까웠고, 두 번째가 단순한 부정이었다면, 세 번째는 객관적 증거(출신/말투)에 기반한 다수의 확신에 찬 고발에 직면하자 극도의 공황 상태에서 나온 반응입니다. 그는 이제 예수님의 가르침(맹세하지 말라, 마 5:34)까지 어기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방어하려 합니다. 이는 베드로의 부인이 도달한 최저점이며, 압박 속에서 예수님과의 관계를 완전히 거부하는 처절한 실패를 보여줍니다.
72절: 닭 울음, 기억, 그리고 통곡
"닭이 곧 두 번째 울더라 이에 베드로가 예수께서 자기에게 하신 말씀 곧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심이 기억되어 그 일을 생각하고 울었더라"
베드로가 세 번째 부인을 마치자마자, '곧'! '닭이 두 번째로 웁니다'. 예수께서 정확히 예언하신 이 소리는 베드로의 공황 상태를 꿰뚫습니다. 이 소리는 베드로로 하여금 예수께서 하셨던 '말씀'을 '기억나게'합니다. 그는 자신이 세 번 부인할 것이며, 그 일이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일어날 것이라는 예언을 떠올리고 '그 일을 생각하며'(깊이 생각하다, 혹은 감정에 북받쳐) '울었습니다'. 이 격렬한 울음은 깊은 슬픔과 수치심, 그리고 회개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누가복음은 이 순간 예수께서 돌이켜 베드로를 보셨다고 기록하여(눅 22:61) 이 장면의 비통함을 더합니다.)
닭 울음소리 자체보다, 그 소리와 연결된 예수님의 기억된 말씀이 베드로를 무너뜨린 핵심 요인입니다. 이는 예수님의 말씀이 실패의 깊은 나락 속에서도 죄를 깨닫게 하고 회개를 촉발하는 강력한 힘을 지녔음을 보여줍니다. 이 울음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 변화로 이끄는 거룩한 슬픔(고후 7:10 참조)의 시작입니다.
점차 강해지는 베드로의 부인
1. 베드로의 부인 과정
베드로의 세 번의 부인은 점진적으로 심화되는 양상을 띱니다. 이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각 부인의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 장소 | 고발자 | 고발 내용 | 베드로의 반응 | 심화 양상 |
첫 번째 | 아랫뜰 | 대제사장의 여종 | "너도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었다" |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겠다" (부인+무지 주장) | 회피적 부인, 장소 이동 |
두 번째 | 앞뜰 | 여종 (+곁에 선 자들) | "이 사람은 그 도당이다" | "부인하더라" (단순 부인) | 직접적 부인 |
세 번째 | 앞뜰 | 곁에 선 자들 | "참으로 그 도당이다 (갈릴리 사람)" | "저주하며 맹세하되... 알지 못하노라" (맹세+저주) | 격렬한 부인, 관계 완전 부정 |
이 표는 베드로가 처음에는 상황을 모면하려다 점차 직접적인 부인으로, 마침내는 저주와 맹세까지 동원하며 예수님과의 관계를 격렬하게 부정하는 과정으로 나아갔음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이는 외부 압력의 증가와 베드로 내면의 두려움 및 방어기제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실패를 심화시켰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2. 회피에서 맹세로
베드로의 부인은 단순한 약함의 표현을 넘어 점차 심각성이 더해집니다. 처음에는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애매하게 발뺌하려 했지만, 압박이 계속되자 단순 부인을 거쳐 마침내 저주와 맹세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합니다. 각 단계의 부인은 예수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 단절시키는 행위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인은 가능한 가장 강력한 언어를 사용하여 공개적으로 예수님을 모른다고 선언함으로써 배신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3. 실패 심화의 요인들
베드로의 실패가 이처럼 심화된 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첫째, 고발자의 수와 확신이 증가했습니다. 처음에는 한 여종의 의혹 제기였지만, 점차 주변 사람들까지 가세하여 확신에 찬 어조로 그를 지목했습니다.
둘째, 고발의 내용이 구체화되었습니다. 막연한 '예수와 함께 있었다'는 말에서 '그 도당이다', '갈릴리 사람이다'와 같이 그의 정체성을 특정하는 증거가 제시되었습니다.
셋째, 베드로 자신의 내면에서 공포심과 자기 보호 본능이 극대화되었습니다. 정체가 탄로 나면 자신도 예수님처럼 체포되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를 지배했을 것입니다.
넷째,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 겟세마네에서 깨어 기도하며 영적인 힘을 공급받지 못했기 때문에 시험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핵심 주제
1. 예언의 성취 (마가복음 14:30 & 14:72)
베드로의 부인 사건은 예수님의 예언(세 번 부인, 닭이 두 번 울기 전)이 정확하게 성취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예수께서 자신의 수난 과정 속에서도 여전히 상황을 주관하고 계시며, 인간의 연약함과 미래의 사건까지도 꿰뚫어 보시는 신적 통찰력을 가지셨음을 증명합니다. 베드로 자신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은, 인간의 자기 확신보다 주님의 말씀이 얼마나 더 확실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더 나아가, 이 예언의 성취는 단순히 예수님의 예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베드로를 위한 구속적 목적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예고하신 '닭 울음'이라는 표적은 베드로가 자신의 죄를 깨닫고 회개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이는 예수님의 예언 안에 이미 베드로의 실패뿐 아니라 그의 회복을 위한 장치까지 포함되어 있었음을 시사하며, 하나님의 예지 속에 담긴 은혜의 일면을 보여줍니다.
2. 인간의 연약함과 실패 가능성
'반석'이라 불렸고 수제자로 인정받았던 베드로의 처참한 실패는 인간 본성의 깊은 연약함을 드러냅니다. 그의 이야기는 아무리 강한 믿음과 결단을 가졌던 사람이라도 극심한 압박과 시험 앞에서는 넘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보편적인 사례가 됩니다. 이는 겟세마네에서 예수께서 하신 말씀,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막 14:38)를 생생하게 예증합니다. 베드로의 실패는 베드로뿐만 아니라,우리 모두에게 공유되는 잠재적 가능성임을 일깨웁니다.
3. 자기 확신의 위험성
베드로의 실패는 그가 이전에 보였던 지나친 자기 확신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그는 자신의 충성심과 용기를 과신하며 다른 제자들보다 자신이 더 낫다고 생각했고, 죽음까지도 불사하겠다고 장담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시험이 닥쳤을 때 그의 결의는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이는 영적인 싸움에서 자신의 힘이나 의지를 의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줍니다.
베드로의 자기 평가는 철저히 빗나갔습니다. 이는 영적 강인함이 타고나거나 과거의 경험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을 의지하고 그분이 제공하시는 은혜의 수단(기도 등)을 통해 끊임없이 공급받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특히 예수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믿었던 베드로의 모습은, 자기 확신이 오히려 실패로 이끄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4. 회개의 본질 (72절)
베드로의 통곡은 그의 회개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표지입니다. 이 울음은 단순한 후회나 자기 연민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함으로 촉발된 깊은 슬픔과 수치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는 세상적인 슬픔(가룟 유다의 후회와 같은)과는 구별되는, 회개에 이르게 하는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근심(고후 7:10)의 성격을 띱니다. 마가복음은 이 구절에서 베드로 이야기의 결말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신약성경 전체의 맥락에서 볼 때(요 21장, 사도행전 등), 이 통곡은 그의 완전한 회복과 사도로서의 재기의 출발점이 됩니다. 실패의 순간에서 시작되는 회개의 가능성을 볼 수 있습니다.
5. 시련 속의 제자도
이 본문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도가 필연적으로 시련과 시험을 동반함을 보여줍니다. 예수께서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하고 고난 받으실 때, 그분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은 실제적인 위협과 대가를 요구합니다. 베드로의 실패는 제자들이 직면하게 될 영적 싸움의 치열함과 그 속에서 믿음을 지키기 위해 분투해야 하는 현실을 예고하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현대적 적용과 교훈
1. 우리 자신의 실패를 직면하기
베드로의 이야기는 모든 신앙인이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할 수 있음을 인정하게 합니다. 때로는 베드로처럼 심각하게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라 실패 이후의 반응입니다. 베드로의 삶이 결국 회복되고 하나님께 귀하게 쓰임 받았다는 사실은, 실패가 결코 끝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자신의 실패를 정직하게 인정하되, 지나친 죄책감이나 열등감에 사로잡히기보다, 혹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좌절하기보다, 회복의 가능성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2. 회복의 길
회복은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베드로가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했듯이) 자신의 죄에 대해 진정으로 슬퍼하며 하나님께로 돌이키는 회개를 통해 시작됩니다. 베드로의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진심으로 회개하는 자를 언제나 용서하시고 다시 받아주실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예언 속에 이미 회복의 실마리가 담겨 있었던 것처럼,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의 실패를 넘어서 역사합니다. 절망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룟 유다와 달리, 베드로는 통곡을 통해 회개의 문으로 나아갔습니다.
3. 자기 의존을 넘어
베드로의 실패는 영적 교만과 자기 의존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자신의 힘과 의지만으로는 시험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겟세마네에서의 기도 실패가 뜰에서의 부인으로 이어진 것처럼, 꾸준한 기도와 영적인 깨어 있음(경성)은 유혹과 시험을 이기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겸손히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4. 연약함 속의 은혜
궁극적으로 베드로의 이야기는 인간의 가장 깊은 연약함과 실패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풍성하게 역사하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했던 그가 초대교회의 핵심적인 지도자로 변화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실패조차도 당신의 선하신 계획 안에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의 연약함이 하나님의 능력이 머무는 자리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결론
마가복음 14장 66-72절은 예수님의 수난이라는 극적인 배경 속에서 벌어진 베드로의 세 번 부인 사건을 상세히 기록합니다. 이 사건은 겟세마네에서의 기도 실패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자기 확신에 차 있던 베드로가 점증하는 압박 속에서 회피, 단순 부인, 그리고 저주와 맹세에 이르는 처참한 실패를 경험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 이야기는 예수님의 예언 성취, 인간의 근본적인 연약함, 자기 의존의 위험성,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통한 회개의 시작이라는 중요한 주제들을 드러냅니다.
결론적으로, 마가복음 14장 66-72절은 베드로의 실패를 통해 모든 신앙인에게 자기 확신의 위험성과 기도 등 영적 준비의 중요성을 경고하는 강력한 사례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예수님의 예지적 말씀과 닭 울음소리를 통해 촉발된 베드로의 통곡은 실패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와 말씀으로 말미암은 회개와 회복의 길이 열려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베드로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위로와 도전을 줍니다. 우리 역시 삶의 여정에서 실패와 좌절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처럼 넘어진 자리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진정한 슬픔으로 하나님께 나아갈 때, 용서와 회복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기 힘을 의지하기보다 겸손히 기도하며 깨어 있고, 두려움 속에서도 믿음으로 주님을 따르며, 우리의 연약함 가운데서 온전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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