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장 1-18절은 "로고스 찬가" 또는 "말씀 찬가"로 불리며, 복음서 전체의 서론 역할을 합니다. 이 서론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적 본질, 선재(先在), 창조 사역, 그리고 인간을 향한 계시와 구원의 빛으로서의 역할을 장엄하게 선포합니다. 그중 1-8절은 특히 '말씀'(로고스)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선구자 세례 요한을 소개합니다.
요한복음 1장 1-8절의 배경
저자와 기록 시기
전통적으로 사도 요한이 AD 85-95년경 에베소에서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교회는 영지주의(Gnosticism)와 같은 이단 사상의 도전을 받고 있었으며, 유대교로부터의 박해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기록 목적
요한복음 20장 31절에 명시된 대로,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입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강조하여 믿음을 통해 영생을 얻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로고스'(말씀) 개념
'로고스'는 헬라 철학(특히 스토아학파)에서는 우주의 이성적 원리, 질서를 의미했고, 유대교에서는 하나님의 창조와 계시의 능력(잠언 8장의 '지혜'와 유사)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요한은 이 두 배경을 모두 활용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태초부터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하나님이시며, 만물의 창조자이신 '말씀'으로 소개합니다. 이는 당시 헬라 문화권의 독자들과 유대인 독자들 모두에게 의미심장하게 다가갈 수 있는 표현이었습니다.
내용 요약
요한복음 1장 1절부터 8절은 복음서 전체의 서론에 해당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근원적인 본질과 그분의 오심을 예비한 인물에 대해 증언합니다.
먼저, 1절과 2절은 '말씀'(헬라어 '로고스')이라 불리는 분의 영원한 존재와 신성을 선포합니다. 이 '말씀'은 세상이 시작되기 이전인 '태초'부터 존재하셨으며, 성부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함께 계셨고, 동시에 그 본질에 있어 하나님 자신과 동일하신 분임을 밝힙니다.
3절에서는 이 '말씀'을 통해 우주 만물이 창조되었음을 강조합니다. 즉,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분을 통해서 지음 받았으며, 그분 없이는 어떤 것도 존재하게 된 것이 없다고 선언합니다. 이는 그분의 창조주로서의 권능을 분명히 나타냅니다.
4절과 5절은 그 '말씀' 안에 참된 '생명'이 있었으며, 이 생명이 바로 인류를 비추는 '빛'이라고 증언합니다. 이 빛은 죄와 무지로 상징되는 '어둠' 속에서 계속해서 빛나고 있지만, 어둠은 그 빛을 이해하거나 이기지 못했다고 말씀합니다. 이는 빛과 어둠 사이의 근본적인 대립과 빛의 궁극적인 우월성을 시사합니다.
이어지는 6절부터 8절까지는 세례 요한이라는 인물을 소개합니다. 그는 하나님께로부터 특별한 사명을 받고 보냄을 받은 사람으로서, 그의 주된 사명은 바로 이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증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증언의 목적은 모든 사람이 그의 증언을 통해 빛이신 예수님을 믿도록 인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요한복음은 세례 요한 자신이 그 빛이 아니라, 오직 그 빛에 관하여 증언하기 위해 온 자임을 분명히 하여,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참 빛이심을 강조합니다.
각 절 해설
1절: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 "태초에(Ἐν ἀρχῇ, 엔 아르케)": 창세기 1장 1절의 "태초에"와 동일한 표현으로, 시간의 시작점, 혹은 그 이전을 가리킵니다. 이는 '말씀'이 세상 창조 이전에 이미 존재하셨음을 의미합니다(선재성).
- "말씀이 계시니라(ἦν ὁ Λόγος, 엔 호 로고스)": '말씀'(로고스)이 이미 존재하고 계셨음을 강조합니다. 이 '말씀'은 인격적인 존재, 즉 예수 그리스도를 지칭합니다.
-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καὶ ὁ Λόγος ἦν πρὸς τὸν Θεόν, 카이 호 로고스 엔 프로스 톤 데온)": '말씀'이 하나님(성부 하나님)과 구별되는 인격체로서 친밀한 교제 가운데 함께 계셨음을 나타냅니다. '프로스(~를 향하여, ~와 함께)'는 단순한 동행을 넘어선 인격적 관계를 시사합니다.
-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καὶ Θεὸς ἦν ὁ Λόγος, 카이 데오스 엔 호 로고스)": '말씀'의 신성을 명확히 선언합니다. 헬라어 원문에서 '데오스'(하나님) 앞에 관사가 없는 것은 '말씀'이 성부 하나님과 동일한 신적 본질과 속성을 가지셨음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해석됩니다.(성부와 동일한 분이라는 의미보다는, 신적 본질에 있어 하나님이라는 의미)
2절: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 1절의 내용을 반복하며 강조합니다. '그'(말씀)가 시간의 시작 이전부터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 속에서 함께 존재하셨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삼위일체를 강하게 증명하는 말씀입니다.
3절: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 '말씀'의 창조 사역을 선포합니다. 우주 만물이 '말씀'을 통해(δι' αὐτοῦ, 디 아우투 - ~을 통하여, ~로 말미암아) 창조되었음을 밝힙니다.
- 이는 '말씀'이 단순한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창조의 능력을 지닌 주체임을 보여줍니다. 그의 창조 사역에서 제외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4절: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ἐν αὐτῷ ζωὴ ἦν, 엔 아우토 조에 엔)": '말씀' 안에 '생명'(조에, ζωή)이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음을 말합니다. 여기서 '생명'은 육체적 생명을 넘어 영원하고 참된 생명,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오는 영적 생명을 의미합니다.
-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καὶ ἡ ζωὴ ἦν τὸ φῶς τῶν ἀνθρώπων, 카이 헤 조에 엔 토 포스 톤 안드로폰)": '말씀' 안에 있는 그 생명이 곧 사람들을 위한 '빛'(포스, φῶς)이라고 선언합니다. 이 빛은 어둠 속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진리를 드러내며, 하나님을 알게 하는 영적인 빛입니다.
5절: "빛이 어둠에 비치되 어둠이 깨닫지 못하더라"
- "빛이 어둠에 비치되(καὶ τὸ φῶς ἐν τῇ σκοτίᾳ φαίνει, 카이 토 포스 엔 테 스코티아 파이네이)":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죄와 무지로 가득한 '어둠'의 세상에 계속해서 비추고 계심을 나타냅니다. '파이네이'(비치다)는 현재형으로, 빛의 지속적인 활동을 보여줍니다.
- "어둠이 깨닫지 못하더라(καὶ ἡ σκοτία αὐτὸ οὐ κατέλαβεν, 카이 헤 스코티아 아우토 우 카텔라벤)": '카텔라벤'(깨닫다, 이기다, 붙잡다)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깨닫지 못하다/이해하지 못하다: 어둠에 속한 세상이 빛의 가치와 의미를 알아보지 못하고 영접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 이기지 못하다/압도하지 못하다: 어둠의 세력이 빛을 소멸시키거나 제압하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빛은 어둠보다 강력하며 궁극적으로 승리합니다. 두 가지 의미 모두 문맥상 가능하며, 어둠의 저항과 빛의 궁극적 우월성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6절: "하나님께로부터 보내심을 받은 사람이 있으니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
- 이야기의 초점이 '말씀'에서 세례 요한으로 잠시 옮겨집니다.
- 세례 요한은 자생적으로 나타난 인물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보내심을 받은 사람"으로, 그의 사역이 신적 권위에 기초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의 이름은 '요한'입니다.
7절: "그가 증언하러 왔으니 곧 빛에 대하여 증언하고 모든 사람이 자기로 말미암아 믿게 하려 함이라"
- 세례 요한의 사명과 목적을 밝힙니다.
- "그가 증언하러 왔으니 곧 빛에 대하여 증언하고(οὗτος ἦλθεν εἰς μαρτυρίαν, ἵνα μαρτυρήσῃ περὶ τοῦ φωτός, 후토스 엘덴 에이스 마르튀리안, 히나 마르튀레세 페리 투 포토스)": 요한의 주된 역할은 '증언'(마르튀리아)하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빛이 아니라, '빛'(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증언하기 위해 온 증인입니다.
- "모든 사람이 자기로 말미암아 믿게 하려 함이라(ἵνα πάντες πιστεύσωσιν δι' αὐτοῦ, 히나 판테스 피스튜소신 디 아우투)": 요한의 증언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사람이 그의 증언을 통해(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그의 증언의 대상인 빛을) '믿게'(피스튜소신) 하는 것입니다.
8절: "그는 이 빛이 아니요 이 빛에 대하여 증언하러 온 자라"
- 세례 요한의 정체성을 명확히 규정합니다. 그는 결코 '빛' 자체가 아닙니다.
- 그의 역할은 오직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고 증언하는 선구자요 증인으로서의 역할에 한정됨을 강조합니다. 이는 당시 세례 요한을 메시야로 추종하던 무리들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요한복음은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빛이심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를 가집니다.
주요 주제
요한복음 1장 1-8절에서 나타나는 주요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神性)과 선재(先在): '말씀'이 태초부터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곧 하나님이시라는 선언은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신성과 창조 이전부터 존재하셨음을 강조합니다.
- 예수 그리스도의 창조 사역: 만물이 '말씀'을 통해 창조되었다는 것은 그가 만물의 근원이시며 주권자이심을 나타냅니다.
- 예수 그리스도는 생명과 빛: '말씀' 안에 있는 생명이 사람들의 빛이 되어 어두운 세상을 비춥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영적 생명을 얻고 진리를 깨달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 빛과 어둠의 대조(갈등): 빛이 어둠에 비치지만 어둠은 이를 깨닫지 못하거나 대적합니다. 이는 복음이 세상에서 마주하게 될 저항과 갈등을 예고하지만, 궁극적으로 빛이 어둠을 이길 것을 암시합니다.
- 증언(證言)의 중요성: 세례 요한은 '빛'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온 증인입니다. 그의 역할은 사람들을 예수 그리스도께로 인도하여 믿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복음 전파와 증인의 삶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 믿음: 세례 요한의 증언을 통해 사람들이 '믿게' 되는 것이 중요한 목표로 제시됩니다. 요한복음 전체에서 '믿음'은 구원과 영생에 이르는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요한복음 1장 1-8절은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이신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이고 장엄한 선포 중 하나이며, 이어지는 복음서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열쇠를 제공합니다.
결론
요한복음 1장 1절에서 8절까지의 여정은 마치 장엄한 교향곡의 서곡과도 같습니다. 이 짧은 구절들은 단순한 이야기의 시작을 넘어,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신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이고도 심오한 진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태초부터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친히 하나님이시며 만물의 창조주이신 '말씀', 그 말씀 안에 있는 참된 '생명'과 어둠을 밝히는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그 빛을 증언하기 위해 하나님으로부터 보냄 받은 세례 요한의 사명까지. 이 모든 선언은 앞으로 펼쳐질 예수님의 사역과 가르침, 그리고 그를 믿는 자에게 주어질 영원한 생명의 약속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어둠이 빛을 깨닫지 못하고 때로는 저항할지라도, 빛은 여전히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으며 결코 꺼지지 않습니다. 세례 요한이 그 빛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 역시 삶 속에서 그 빛을 발견하고, 그 빛을 향해 나아가며, 또 다른 이들에게 그 빛을 증거 하는 삶을 살도록 도전받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의 첫 페이지를 통해 선포된 이 영원한 말씀, 생명의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여러분의 삶에도 깊은 울림과 소망을 가져다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빛을 따라 걷는 여정이 곧 우리 신앙의 핵심이며,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지는 복된 길임을 기억하시길 축복합니다.
간단히 보는 <요한복음 1장 9-18절 해설> 배경, 각 절 해설, 주요 주제
지난 글에서 우리는 요한복음 1장 1절부터 8절을 통해 태초부터 계셨던 '말씀', 세상을 밝히는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신적 본질과 그분을 증언한 세례 요한의 역할을 살펴보았습니다. 영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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